한 달 살기 실전 가이드

강원 삼척 한 달 살기 – 해변·동굴·산을 누리는 자연 도시 체류기

sunny06301 2025. 8. 17. 22:22

삼척은 ‘자연의 압축판’ 같은 도시다. 동해안의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그 뒤로 산과 숲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선굴과 대이동굴 같은 동굴 군락지가 자리하며,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여행으로 왔을 때는 바다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동굴을 둘러본 뒤 서둘러 떠났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다가가고 싶었다.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대신, 이곳에서 한 달 동안 머물며 바다·산·동굴이 어떻게 일상에 스며드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KTX와 버스를 이용하면 반나절이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면 도시의 리듬은 확연히 달랐다. 이곳 사람들의 하루는 바다의 시간, 산의 계절, 마을 공동체의 호흡에 맞춰 흘러갔다. 그 속에 들어가 보니, 삼척에서의 한 달은 단순히 머무는 기간이 아니라 내 삶의 속도를 새롭게 조율하는 과정이 되었다.

 

강원 삼척 한 달 살기

왜 삼척이었을까 – 바다, 동굴, 산이 빚어낸 매력 

삼척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다와 산, 그리고 동굴이 동시에 있는 도시라는 점이었다.

먼저 바다. 삼척 해수욕장은 넓은 백사장과 맑은 물로 유명하다. 여름 성수기에도 상대적으로 한적해 여유롭게 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맹방해수욕장, 용화해수욕장 같은 작은 해변들은 더 조용했고, 해변가 작은 카페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며 보내는 오후는 서울에서의 하루보다 훨씬 길고 풍요로웠다.

삼척의 또 다른 얼굴은 동굴이다. 환선굴은 석회암 동굴로, 내부의 규모와 신비로운 종유석·석순들은 마치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동굴 안은 여름에도 서늘했고, 조명에 비친 돌기둥들은 하나하나 신비로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 대이동굴은 물줄기가 흐르는 동굴로, 수만 년 동안 만들어진 지하 예술작품 같았다.

그리고 삼척은 산과 숲의 도시이기도 하다. 두타산과 청옥산은 트레킹 코스로 유명하고, 가을 단풍철에는 붉고 노란 숲이 산 전체를 물들였다. 바다와 산을 하루 안에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삼척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삼척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살아보기 좋은 도시’였다.

 

숙소와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환경 

삼척에서 한 달 동안 머문 숙소는 삼척항 근처의 원룸형 오피스텔이었다. 월세는 35만 원, 관리비 5만 원 정도로, 주방과 세탁기, 인터넷이 갖춰져 생활에 불편함이 없었다. 창문 너머로 항구가 보여 매일 다른 바다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생활비는 서울보다 확실히 저렴했다.

  • 오징어 1마리: 4,000원
  • 삼척 곰치국 1인분: 8,000원
  • 곰치찜 소(小): 25,000원
  • 제철 채소 한 단: 2,000원
  • 장터 김치 1kg: 5,000원

장을 볼 때는 중앙시장과 삼척항 수산시장을 자주 이용했다. 수산시장은 특히 활기찼다. 아침마다 어선이 잡아 온 오징어, 도다리, 문어가 경매에 부쳐지고, 곧장 가게에 진열되었다. 시장에서 구입한 오징어를 숙소에서 바로 손질해 구워 먹던 저녁은, 삼척 한 달 살기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교통은 시내버스가 주요 수단이지만, 동굴이나 산을 찾으려면 렌터카가 훨씬 편리했다. 병원은 삼척의료원과 개인 의원이 고르게 분포해 있어 생활 중 불편이 없었고, 인터넷은 광랜 설치가 가능해 다운로드 속도 90Mbps 내외로 원격 근무도 무리 없었다.

 

삼척에서의 일상 – 바다와 동굴이 만든 하루 

아침에는 삼척항을 따라 산책을 했다. 새벽 어시장은 활기가 넘쳤고, 상인들의 목소리와 신선한 해산물 냄새가 하루를 깨웠다. 시장에서 갓 잡은 오징어를 사서 숙소 냉장고에 채워 넣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항구 옆 포구에는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이 있었는데, 짧게 인사를 나누며 듣는 바다 이야기는 신문 기사보다 훨씬 생생했다.

오전에는 바닷가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었다. 커피 향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진 배경은 집중을 돕기에 충분했다. 카페 주인은 늘 바다 날씨를 이야기하며 손님과 대화를 이어갔는데, 그 덕분에 매일 달라지는 바다의 표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환선굴이나 대이동굴을 찾아 탐험을 즐겼다. 동굴 속은 서늘해 여름 무더위를 잊게 했고, 조명 아래 드러난 종유석들은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는 명상 같은 시간이 되었다.

저녁에는 해변을 거닐며 노을을 감상했다. 바다 위로 퍼져나가는 붉은 빛은 매일 다른 색을 보여주었고, 그 앞에 서 있으면 하루의 고민이 사라졌다. 때로는 해변 모래사장에 앉아 조개껍데기를 주워 모으기도 했는데, 작은 조개 하나에도 파도의 리듬과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는 듯했다. 주말에는 두타산이나 청옥산에 올라 숲길을 걸으며 도시의 리듬에서 벗어났다. 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삼척 시내와 바다는, 이곳이 왜 ‘자연 도시’라 불리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삼척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체험 – 오징어 축제와 바다열차 

삼척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 중 하나는 오징어 축제다. 가을이면 삼척항 일대에서 열리는데, 항구는 오징어를 말리는 풍경으로 가득하다. 축제 기간에는 오징어 잡이 체험, 오징어 요리 시식회, 주민 공연까지 어우러져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잠긴다. 갓 잡아 구운 오징어를 먹으며 마시는 지역 막걸리의 맛은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은 바다열차다. 삼척에서 정동진, 강릉까지 이어지는 이 열차는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동해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파도와 나란히 달리는 기차 안에서 하루를 보내는 경험은 여행자이자 거주자의 시선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이 외에도 삼척에서는 어촌 마을 체험, 바다낚시, 숲속 캠핑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삼척의 바다와 산, 동굴이 어우러진 체험은 다른 도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이곳만의 특별한 생활을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