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 도착한 첫날, 낙동강을 건너며 보았던 풍경은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3시간 남짓 이동했을 뿐인데, 공기의 결은 완전히 달랐다. 습기가 적당히 감도는 공기 속에 강 냄새가 스며 있었고, 멀리서 산 능선이 부드럽게 겹겹이 이어졌다. 강을 따라 길게 뻗은 둑길 양옆으로는 논과 밭이 이어졌고, 그 사이사이 오래된 기와집이 드문드문 보였다.안동을 한 달 살기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관광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오랜 시간 서울에서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일상에 갇혀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회의, 촘촘하게 짜인 일정은 성취감을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숨을 가쁘게 했다. 한 달 정도는 속도를 늦추고, 다른 호흡을 가진 곳에서 살고 싶었다.안동은 그런 조건에 완벽히 맞는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