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동차로 2시간 남짓, 그러나 도착하자마자 도시와 전혀 다른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 곳이 있다. 강원도 인제. 설악산 자락이 마을을 감싸고, 소양강 상류가 마을 옆을 흐른다. 공기 중에는 흙과 풀냄새가 섞여 있고, 아침이면 안개가 계곡 위를 천천히 기어간다.나는 일상의 시계를 잠시 멈추고 싶어 이곳을 선택했다. 해변은 없지만, 인제에는 사람을 오래 붙잡는 ‘산과 물’이 있다. 여름에는 계곡물이 발목을 시릴 정도로 차갑고, 가을에는 단풍이 산을 불태운다. 겨울에는 눈이 계곡을 덮어 고요가 깊어진다.한 달 동안 나는 이곳에서 숙소를 마련하고, 시장과 슈퍼를 오가며,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살았다. 하루는 백담사로 오르는 길을 걸었고, 또 하루는 계곡 옆 바위에 앉아 책을 읽었다. ‘살아보니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