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 도착한 날, 차창 밖으로 연이어 펼쳐지는 산 능선이 시선을 붙잡았다. 대관령을 넘자마자 공기가 달라졌다. 서울에서 느끼던 공기보다 선명하게 차갑고 맑았다. 도로 옆으로는 풀밭이 이어지고, 목장 울타리 안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이 보였다. 하늘은 마치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다가왔다.이곳을 한 달 살기 장소로 고른 이유는 단순히 공기가 좋다는 것 이상이었다. 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늘 일정이 빽빽했고, 쉼표 없는 하루가 이어졌다. 평창은 그러한 일상에 의도적인 여백을 넣어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첫날 밤, 숙소 주변은 적막했다. 빛 공해가 거의 없어 별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창밖에서는 풀벌레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멀리서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