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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 한 달 살기 – 대관령 바람과 산골 일상 속에서 배우는 여유

평창에 도착한 날, 차창 밖으로 연이어 펼쳐지는 산 능선이 시선을 붙잡았다. 대관령을 넘자마자 공기가 달라졌다. 서울에서 느끼던 공기보다 선명하게 차갑고 맑았다. 도로 옆으로는 풀밭이 이어지고, 목장 울타리 안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이 보였다. 하늘은 마치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다가왔다.이곳을 한 달 살기 장소로 고른 이유는 단순히 공기가 좋다는 것 이상이었다. 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늘 일정이 빽빽했고, 쉼표 없는 하루가 이어졌다. 평창은 그러한 일상에 의도적인 여백을 넣어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첫날 밤, 숙소 주변은 적막했다. 빛 공해가 거의 없어 별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창밖에서는 풀벌레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멀리서 들려..

전남 구례 한 달 살기 – 섬진강과 산수유 마을 속에서 보내는 생활기

구례에 처음 도착한 날은 흐린 날씨였다. 섬진강 위로 낮게 깔린 구름이 강물과 맞닿아 있었고, 강둑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길은 비에 젖어 은빛을 띠었다. 구례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주말의 북적임을 지나면 평일은 그야말로 조용한 생활의 무대였다.이곳을 한 달 살기 장소로 고른 이유는 섬진강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여유와 산수유가 피는 마을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첫날, 역 앞 작은 카페에서 들려온 첫인사는 느리고 부드러웠다. 도시의 바쁜 호흡에 익숙한 나에게 구례의 속도는 낯설지만 편안하게 다가왔다.하루가 강물처럼 흐르는 이곳에서, 나는 시계를 자주 보지 않게 됐다. 버스 시간이 다가오면 서두르기보다 다음 차를 기다리고, 장터에서 장을 보다가도 예정에 없던 산책을 떠나는 게 자연스러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