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실전 가이드

통영 한 달 살기 리얼 후기 – 섬과 바다 사이에서 찾은 진짜 일상의 여유

sunny06301 2025. 7. 28. 10:32

도시의 속도에 익숙해진 사람은 자기 속도를 잃는다. 매일 수많은 일정과 알림 속에서 나의 리듬은 무너졌고, 하루가 끝나도 쉰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잠깐, 멈춰야 한다. 아니면 부서진다." 그래서 결심했다. 하루 이틀 여행이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 한 달을 살아보기로. 관광지가 아닌, 누군가의 일상이 이어지는 곳. 시끄럽지 않고, 바다가 가까우며, 인터넷도 잘 되는 곳.
그렇게 통영이 떠올랐다. 남해 끝자락에 위치한 바다 도시, 통영은 섬과 육지가 공존하며 일상과 여행 사이에 있는 도시였다.
통영은 예술가들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여기서 예술보다도 ‘일상’을 체험하고 싶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도심과는 달리, 파도처럼 느리게 살아가는 도시의 리듬에 나를 맞춰보기로 했다.
이 글은 내가 실제로 통영에서 한 달간 머물며 살아본 기록이다.
숙소부터 식비, 교통, 인터넷, 병원, 그리고 디지털노마드로서의 업무 환경까지, 모두 직접 체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정보는 사실적으로, 문장은 사람답게. 살아본 사람만이 전할 수 있는 통영살이의 진짜 이야기를 지금부터 나눈다.

 

통영 한 달 살기 리얼 후기

 

통영을 선택한 이유 – 여행지가 아닌 생활지로서의 통영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살아보는 여행’을 꿈꿨다.
빠듯한 스케줄, 메신저 알림, 가득 찬 지하철, 눈앞에 쌓이는 업무들. 매일 반복되는 도심의 흐름 속에서 나의 리듬은 사라지고 있었다.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다른 도시의 리듬에 나를 맞춰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도시가 통영이었다. 통영은 예술가들의 도시이자, 섬과 바다가 맞닿은 남해의 끝자락에 있다. 누구에게는 유명한 관광지지만, 나에게는 ‘한 달쯤 살아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다와 일상이 공존한다는 점이었다. 통영은 항구를 중심으로 시장, 카페, 병원, 도서관 등이 밀집해 있고, 조금만 걸으면 산과 섬이 펼쳐진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진주까지 간 뒤, 통영행 버스를 타면 4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바뀐 풍경을 보는 순간 그 거리는 ‘필요한 거리’가 된다.
처음 통영에 도착했을 때, 나는 ‘숨을 더 깊게 쉬게 되는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의 걸음은 천천했고, 파도 소리는 도시의 소음을 덮을 만큼 잔잔했다.

통영은 매일을 바다처럼 살아가는 도시였다.
조급하지 않고, 일정하지 않고, 날씨와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도시.
바로 그 점이 나를 이끌었다.

 

통영의 실제 생활 환경 – 숙소, 식비, 교통, 병원, 인터넷

나는 통영시 도남동 인근의 원룸을 한 달간 임대했다.
에어비앤비가 아닌 로컬 부동산을 통해 보증금 20만 원, 월세 30만 원에 계약했고, 내부는 생활에 불편함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바다와 가까운 거리였고, 밤이면 파도 소리 대신 벌레 소리가 귓가를 채웠다.

통영중앙시장과 하나로마트, 수협마트 등을 번갈아 다니며 장을 봤다.

  • 통영 멸치 200g: 3,000원
  • 쌈 채소 세트: 2,000원
  • 제철 생선 (볼락, 우럭 등): 마리당 3,500~5,000원
  • 계란 30개: 5,400원
  • 김치 1kg: 3,800원

시장에서 직접 구매하면 품질은 좋고 가격은 착했다. 외식은 기본 백반, 해물 칼국수, 충무김밥 등 평균 8,000~10,000원대로 충분히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통영답게 회와 해산물 요리는 훌륭했지만, 예산을 생각해 주2회 정도로 조절했다.

교통은 버스와 도보 위주로 생활했다. 통영은 시내버스가 촘촘하게 다니고 있으며, 통영~미수동, 도남동, 광도면 등 주요 생활권은 쉽게 이동 가능하다.
택시는 기본요금 4,800원, 콜 호출은 평균 10분 내외로 도착한다.

병원은 통영적십자병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원과 약국이 있으며, 건강검진 수준의 진료는 충분히 가능했다. CT, X-ray, 피검사 모두 현지에서 해결할 수 있었고, 친절한 의료진 덕분에 불편함은 없었다.

인터넷 환경도 안정적이었다. 숙소엔 KT 광랜이 설치돼 있었고, 다운로드 속도는 평균 90~100Mbps를 유지했다.
카페는 ‘통영책방’, ‘망고베이카페’, ‘도남카페’ 등에서 원격 근무가 가능했고, 노트북 사용이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섬 도시에서 일하며 살기 – 디지털노마드 루틴과 몰입 경험

나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프리랜서다.
장소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지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통영에서의 한 달은 그런 의미에서 일과 휴식의 밸런스를 다시 맞추는 시간이었다.

나의 하루는 보통 오전 6시 반에 시작됐다. 통영항 근처 산책길을 따라 걸으며 해 뜨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다. 그 시간대의 바다는 고요하고, 동쪽 하늘은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아침 식사 후 9시부터는 노트북 앞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오전엔 숙소에서 일했고, 오후엔 카페로 옮겼다. ‘통영책방’은 조용하고 감성적인 공간이었고, 글을 쓰기에 최적이었다. 인터넷 속도도 빠르고 콘센트 좌석도 많아 원격근무에 이상적이었다.

작업 시간은 서울보다 줄었지만, 집중력과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파도 소리, 카페의 조용한 음악, 낯선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생각이 정리되고, 손이 가볍게 움직였다.
오후 4시쯤이면 작업을 마치고 바다를 향해 걸었다. 산양일주도로, 동피랑 벽화마을, 미륵산 케이블카 등 다양한 경로를 그날그날 선택했다.

하루하루가 조용하지만 단조롭지 않았다.
바다 도시의 일상은 천천히 움직이지만 깊이 있게 스며들었다.

 

섬의 리듬이 남긴 것 – 통영살이 후 내 삶에 생긴 변화

통영에서의 한 달은 단순한 생활 체험이 아니었다. 그것은 속도를 내려놓고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도시에서 내가 놓쳤던 것들—자연의 소리, 혼자의 여유,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감정—이 이곳에서 다시 살아났다.

내가 변화했다고 느낀 건, 하루하루를 더 ‘천천히’ 소비하게 된 순간이었다.
서울에선 항상 일정을 채우기 바빴지만, 통영에선 하루에 두 가지 일만 해도 충분했다.
때로는 일하지 않는 날도 있었고, 그 날이 더 생산적이었다.

통영의 리듬은 섬과 닮아 있었다.
바다처럼 흐르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고, 기분에 따라 색을 바꾸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일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봤고, 그것이 지금도 나에게 남아 있다.

서울로 돌아온 지금도 아침에는 산책을 하고, 하루에 꼭 30분은 ‘의도 없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그건 모두 통영에서 배운 리듬이었다.
만약 다시 한 달 살기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주저 없이 다시 통영을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