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은 나에게 서핑 도시 이상의 의미를 주는 곳이었다. 여행으로는 여름 성수기와 주말의 북적임만 경험했지만, 한 달 동안 살면 전혀 다른 양양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다와 마을이 공존하는 작은 도시에서의 생활, 서핑 문화가 녹아 있는 지역 주민의 일상은 늘 궁금했다. 그래서 한 달 살기 지역으로 양양을 선택했다. 양양은 서핑뿐 아니라 조용한 해변, 작은 카페, 생활 인프라가 적당히 갖춰져 있어 장기 체류에도 안정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양양에서 실제로 살아본 한 달간의 숙소,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업무 루틴까지 모두 기록했다.
왜 양양이었을까 – 서핑과 바다가 있는 도시의 매력
양양은 동해안의 작은 도시이지만, 바다와 서핑이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독특한 곳이다. 다른 바다 도시들이 관광지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양양은 서핑이라는 하나의 문화가 삶 속에 깊게 스며 있다. 서핑보드를 들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사계절 내내 해변에 있고,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카페, 숙소, 음식점들이 양양만의 분위기를 만든다.
나는 여행으로 여름 성수기와 북적이는 주말의 양양만 경험했다. 그러나 한 달 살기를 하게 되면 그런 관광객 중심의 풍경이 아니라, 평일의 조용한 양양, 주민들이 생활하는 양양, 계절이 조금씩 바뀌는 양양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접근성이다. 서울에서 2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거리라 장기 체류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해변이 가까워 아침에 바다를 보고 저녁에 다시 찾는 것이 가능하며, 멀지 않은 거리에 다른 해변과 마을이 있어 매일의 루틴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양양의 이러한 매력은 한 달 살기 지역으로 선택하기에 충분했다.
양양의 생활 환경 – 숙소,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내가 머문 숙소는 양양 읍내의 원룸이었다. 월세 30만 원, 보증금 15만 원으로 계약했고, 가구와 가전이 갖춰져 있어 생활에 불편이 없었다. 창문을 열면 바다가 바로 보이진 않았지만, 부는 바람에 실려오는 바다 냄새와 파도 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바다 도시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생활비는 동해안답게 해산물이 풍부해 합리적으로 유지됐다.
- 계란 30개: 5,000원
- 쌈 채소 세트: 2,500원
- 오징어 한 마리: 3,500원
- 고등어 2마리: 6,000원
- 양양식 김치 1kg: 4,000원
양양 전통시장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고, 상인들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장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외식은 물회, 생선구이, 회덮밥이 1만~1만2천 원대, 국밥과 백반이 8,000원대였다.
교통은 읍내와 해변이 가까워 도보와 자전거로 대부분의 이동이 가능했고, 해변 간 이동은 버스나 택시를 이용했다. 택시는 호출 후 평균 10분 내 도착했고, 기본 요금은 4,800원이었다.
병원은 양양의료원, 개인 의원, 한의원이 있어 기본 진료에 불편이 없었으며, 인터넷은 광랜이 설치되어 다운로드 속도 90~95Mbps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바다 도시에서 일하며 살기 – 디지털노마드 루틴
양양에서의 한 달은 단순히 일할 장소를 바꾼 것이 아니라,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리랜서로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 업무를 병행하는 나는, 늘 도심의 빠른 흐름 속에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하지만 양양에서는 하루를 조금 다르게 설계했다.
아침 6시 반이면 눈을 떴다. 해가 수평선 위로 올라오기 전의 바다는 잔잔했고, 바람은 서늘하게 피부를 스쳤다. 나는 가장 먼저 해변으로 나갔다. 파도 소리가 귓가를 채우고, 공기는 바다의 소금기와 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이런 산책은 하루의 시작을 새롭게 만드는 의식이 되었다.
오전 9시부터는 숙소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켜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커튼을 흔들었다. 오전에는 기획안 작성, 블로그 콘텐츠 정리, 자료 리서치 등 집중이 필요한 업무를 진행했다.
점심 이후에는 카페로 이동했다. ‘서피커피’는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있어 서핑을 마친 사람들이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양양북카페’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과 노트북을 켜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이곳에서 오후 3~4시간 정도 작업을 이어갔다.
업무가 끝나면 바로 서핑을 하거나, 바닷가를 걷거나, 인근 작은 카페에 들러 하루를 마무리했다. 양양에서의 하루는 일과 휴식이 억지로 구분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덕분에 업무 효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자주 떠올랐다.
한 달이 만든 변화 – 양양살이가 남긴 가치
양양에서의 한 달은 나의 생활 방식을 바꾸었다. 처음 양양에 왔을 때 나는 서핑 도시의 활기와 여유를 동시에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로 살면서 느낀 양양은 관광객이 떠난 뒤의 조용함과 그 속에 담긴 안정감이었다.
매일 아침 바다를 보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일상 속 바다는 날마다 조금씩 다른 색과 파도를 보여주었다. 어떤 날은 잔잔하게 유리처럼 빛났고, 어떤 날은 거칠게 하얀 포말을 만들었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하루의 일부가 되었고, 나는 그 속에서 서두르지 않는 시간을 배웠다.
양양의 골목과 시장, 해변의 작은 가게들은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여유롭게 인사를 건넸고, 카페 사장님은 내 얼굴을 기억해 커피를 권했다. 이런 관계 속에서 나는 ‘지역과 관계 맺기’의 즐거움을 다시 느꼈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양양에서 배운 여유는 유지되고 있다. 업무 일정에 여백을 두고, 주말이면 동해안을 향한 짧은 여행을 계획한다. 양양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내 생활 속에서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쉼터가 되었다. 한 달 동안 함께한 길, 바다, 카페, 그리고 사람들은 양양을 내 인생의 한 페이지로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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