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는 나에게 여행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 도시였다. 설악산과 바다가 가까운 곳, 바닷바람이 매일 부는 도시, 그곳에서의 한 달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단기 여행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속초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한 달 살기를 통해 관광지가 아닌 동네 속초, 시장, 골목, 해변의 생활을 경험하기로 했다. 속초는 바다와 산, 시장과 카페, 그리고 안정적인 생활 인프라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 글은 속초에서 한 달간 생활하며 직접 경험한 숙소,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업무 루틴까지 기록한 체험기다.
왜 속초였을까 – 바다와 산이 함께하는 도시의 매력
속초는 여행지로는 익숙하지만 살아본 적은 없는 도시였다. 단기 여행에서의 속초는 설악산과 해변, 그리고 활기찬 시장만 경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살아보면 관광객이 모르는 속초의 일상과 속도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초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지리적 매력이다. 설악산과 바다가 한 도시에 공존한다는 점은 장기 체류자에게 큰 장점이다. 바다를 따라 걷다가 30분만 차로 이동하면 설악산의 숲길에 설 수 있다. 그 거리는 매일을 다르게 만드는 풍경을 제공한다.
두 번째 이유는 생활 인프라다. 속초는 시장, 대형마트, 병원, 문화시설, 카페가 균형 있게 분포되어 있어 장기 체류 중에도 생활이 안정적이다. 관광지 중심이 아닌 실제 생활권에서 지내고 싶었기에, 생활과 휴식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속초는 이상적인 선택이었다.
속초의 생활 환경 – 숙소,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내가 머문 숙소는 속초 교동의 오피스텔이었다. 월세 32만 원, 보증금 15만 원에 계약했고, 가구와 가전이 갖춰져 있어 입주하자마자 생활이 가능했다. 창문을 열면 설악산 자락이 보였고, 바람이 부는 날이면 바다의 소리와 향이 집 안으로 스며들었다.
생활비는 동해안 지역답게 해산물 위주의 식단이 합리적이었다.
- 계란 30개: 5,000원
- 쌈 채소 세트: 2,500원
- 오징어 한 마리: 3,500원
- 고등어 2마리: 6,000원
- 속초식 김치 1kg: 4,000원
속초 중앙시장과 청호동 아바이마을은 신선한 식재료와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하다. 어시장에서는 잡은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해산물을 바로 손질해주기도 해, 회나 탕 요리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외식은 물회, 생선구이가 1만~1만2천 원, 백반과 국밥이 8,000원대였다.
교통은 버스, 자전거, 도보를 병행했다. 버스는 주요 생활권과 해변, 설악산 입구까지 연결되어 장기 체류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택시는 호출 후 평균 10분 내 도착했고, 기본 요금은 4,800원이었다.
병원은 속초의료원, 개인 의원, 한의원이 있어 기본 진료가 가능했고, 대형 검사는 춘천이나 강릉으로 이동하면 됐다.
인터넷은 숙소에 광랜이 설치되어 다운로드 속도 90~95Mbps를 유지했고, 원격 근무와 대용량 파일 업로드 모두 안정적으로 가능했다.
바다와 산 도시에서 일하며 살기 – 디지털노마드 루틴
속초에서 한 달간의 생활은 단순히 공간을 옮긴 것이 아니라, 일과 생활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경험이었다. 나는 프리랜서로 콘텐츠 제작과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병행한다. 속초는 내가 필요로 하던 안정적 환경과 적당한 자극을 동시에 제공했다.
아침은 보통 6시 반에 시작했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 청초호수와 속초 해변은 고요했고, 잔잔한 물결이 은빛으로 반짝였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이 길을 걷는 것이 나의 루틴이 되었다. 설악산 자락이 멀리 보이고, 공기는 차갑고도 깨끗했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마주하는 이 길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하루를 재정비하는 시간이 되었다.
오전 9시부터는 숙소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면, 설악산의 봉우리와 바다의 수평선이 동시에 시야에 들어왔다. 이 풍경은 도시 사무실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안정감을 주었다. 오전에는 주로 기획안 작성, 원고 정리, 자료 리서치를 진행했다.
점심 이후에는 카페로 이동했다. 추천하는 작업 공간은 ‘속초북카페’와 ‘설악커피’다. 속초북카페는 청초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창가 좌석이 있어 오후의 햇살이 기분을 가볍게 했다. 설악커피는 설악산이 배경으로 보이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몰입이 잘됐다. 와이파이는 안정적이고, 콘센트 좌석이 넉넉해 장시간 작업에도 문제가 없었다.
오후 업무는 보통 3~4시간을 채우는 선에서 마쳤다. 해가 기울 무렵이면 카페를 나와 해변을 걷거나 설악산 입구까지 가볍게 올라갔다. 바다 위로 번지는 노을빛, 산의 그림자, 그리고 저녁 바람이 하루의 피로를 자연스럽게 풀어주었다. 속초에서의 하루는 업무와 휴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창의성과 집중력 모두 도시보다 향상되었다.
한 달이 만든 변화 – 속초살이가 남긴 가치
속초에서 한 달을 살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하루를 계획하는 방식이었다. 도시에서의 하루는 항상 일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속초에서는 일정 사이사이에 여백을 두는 법을 배웠다. 이 변화는 단순히 심리적인 안정감이 아니라, 실제 업무 효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아침마다 해변을 걷는 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이 되었고, 설악산 숲길을 걷는 것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바다와 산이 주는 평온함은 그날의 피로를 덜어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나는 하루를 ‘채우기’보다 ‘유연하게 흐르게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속초에서의 한 달 동안 익숙해진 풍경도 나에게 변화를 주었다. 중앙시장의 활기찬 상인들, 청호동 아바이마을의 한적한 골목, 바다 위를 스치는 갈매기와 저녁 노을. 이 모든 일상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내 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속초에서 배운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있다. 업무 일정에도 여유 시간을 넣고, 주말이면 짧게나마 동해안을 찾는다. 속초는 나에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삶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장소로 남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길러진 이 생활 습관과 마음가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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