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가까워도 숨이 막히는 도시였다.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리는 알림, 빽빽하게 차 있는 일정, 이동 중에도 쉼 없이 이어지는 생각들. 그러다 나는 ‘멀리 가지 않아도 다른 리듬으로 살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그 조건을 만족한 곳이 남양주였다. 서울과 지하철로 연결되어 필요할 때는 쉽게 오갈 수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강과 산, 논과 밭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한 달을 살며 나는 도심과 시골의 경계에 서 있었다. 이 글은 남양주에서 실제로 살아본 한 달간의 생활 기록이다. 숙소,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업무 루틴까지 모두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왜 남양주였을까 – 서울에서 가까운 ‘탈도시’ 선택
멀리 떠나야만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남양주는 그 생각을 바꾸게 했다. 서울과 맞닿아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전혀 다른 공기와 풍경이 있는 곳. 나는 남양주 외곽 마을에서 한 달을 살아보기로 했다.
남양주는 위치적으로 이상적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필요한 날에는 서울에 금방 닿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한적한 시골 분위기 속에서 지낼 수 있었다.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거나, 작은 산책로를 걸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고, 마을 사람들의 생활 리듬은 느렸다.
처음 도착했을 때,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서울보다 차분했고, 사람들의 말투도 훨씬 여유로웠다. 이런 변화가 나의 한 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했다. 남양주는 도시와 시골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드문 도시였다. 그래서 나는 멀리 가지 않고도 속도를 바꿀 수 있는 이 도시를 선택했다.
남양주의 생활 환경 – 숙소,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내가 머문 곳은 조안면 인근의 단층 원룸이었다. 보증금 10만 원, 월세 25만 원으로 임대했으며, 가구와 가전이 모두 갖춰져 있어 바로 생활할 수 있었다. 창문을 열면 북한강이 한눈에 들어왔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강물의 색이 하루를 다르게 느끼게 해줬다.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잔잔하게 들리고, 낮에는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생활비는 서울과 비교하면 훨씬 절약됐다. 남양주 전통시장과 하나로마트, 소규모 슈퍼를 번갈아 다니며 장을 봤다. 시장에서는 제철 채소와 과일을, 마트에서는 고기와 유제품을 구입했다.
- 계란 30개: 5,200원
- 쌈 채소 세트: 2,000원
- 두부 1모: 1,500원
- 국거리 소고기 100g: 3,500원
- 감자 한 봉지: 3,000원
이 정도면 일주일 식재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식당에서의 한 끼도 7천~1만 원대여서 부담이 크지 않았다.
교통은 시내버스와 자전거를 병행했다.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지만 주요 노선을 알면 생활에 불편함이 없었다. 인근 마트, 병원, 카페 등은 자전거로도 접근 가능해 자동차 없이도 생활할 수 있었다. 서울로 이동할 때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1시간 이내에 도착했다.
병원은 남양주 현대병원, 개인 의원, 한의원이 있어 일반 진료에는 무리가 없었다. 감기, 소화불량, 근육통 같은 가벼운 질환은 남양주 내에서 해결 가능했고, 더 큰 진료가 필요한 경우 인근 구리시나 서울 종합병원으로 이동했다. 인터넷 환경은 숙소에 KT 광랜이 설치되어 있었고,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90Mbps 이상으로 화상회의, 클라우드 문서 작업 모두 원활했다.
서울 근교 시골에서 일하며 살기 – 디지털노마드 루틴
프리랜서로 콘텐츠 제작과 온라인 업무를 병행하는 나에게 남양주에서의 한 달은 업무 효율을 실험해 볼 기회였다. 결과적으로, 남양주는 업무 집중도와 휴식의 균형을 맞추기에 최적이었다.
아침은 보통 6시 반에 시작됐다. 강변 산책로를 걸으며 하루를 열었고, 북한강 위에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바라보는 것은 매일 같은 풍경이면서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산책을 마치면 간단히 아침을 먹고 9시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오전에는 숙소에서 글쓰기와 자료 정리에 집중했다. 강이 보이는 창문 옆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켜면, 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차분함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오후에는 주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추천하고 싶은 곳은 ‘강변커피’와 ‘북카페 나루’이다. 두 카페 모두 강을 바라볼 수 있는 좌석이 있어 업무 중간중간 시선을 바다로 돌리며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와이파이는 안정적이고 콘센트 좌석도 넉넉했다. 업무는 하루 5~6시간으로 제한했고, 남는 시간에는 강변 자전거 도로나 마을 산책길을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서울에서 일할 때는 퇴근 후에도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남양주에서는 업무와 휴식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나뉘었다. 일정이 끝나면 마음 편히 산책을 하고, 때로는 책을 읽거나 요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런 루틴은 내 생산성과 창의력을 동시에 높여주었다.
한 달이 만든 변화 – 가까워서 더 특별한 남양주의 가치
남양주에서의 한 달은 ‘멀리 떠나야만 변화를 얻는다’는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가까운 곳에서도 충분히 다른 리듬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매일 강변을 걷고, 카페에서 글을 쓰고, 조용한 시골길을 걸으며 나는 도시에서 잃어버린 호흡을 되찾았다.
남양주는 서울과 연결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 이 점이 오히려 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익숙해진 길과 카페, 강변 풍경은 나의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나는 여전히 주말이면 남양주를 찾는다. 강변 자전거 도로를 달리고,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그때의 한 달을 다시 느낀다. 이곳은 단순한 체험지가 아니라, 내가 필요할 때마다 돌아올 수 있는 ‘일상의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
'한 달 살기 실전 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한 달 살기 후기 – 남해 바다와 섬이 선물한 조용한 한 달 (1) | 2025.07.29 |
---|---|
제주 한 달 살기 체험기 – 관광지 밖에서 만난 진짜 제주 생활 (1) | 2025.07.28 |
통영 한 달 살기 리얼 후기 – 섬과 바다 사이에서 찾은 진짜 일상의 여유 (1) | 2025.07.28 |
보성 한 달 살기 후기 – 녹차밭과 고요한 들녘 속에서 살아본 시골의 진짜 하루 (1) | 2025.07.27 |
고흥 한 달 살기 후기 – 남해 바다와 숲이 품은 조용한 시골살이 리포트 (3) | 2025.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