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에 도착한 순간, 공기가 다르다는 걸 바로 느꼈다. 마드리드에서 내려오는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날아왔을 뿐인데, 공항 문을 나서자 다른 세계가 열렸다. 건조한 공기에 달콤한 오렌지 향이 섞여 코끝을 자극했고, 하늘은 믿기 힘들 만큼 투명한 파란색이었다.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하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차츰 도시의 심장부를 향해 변화했다. 길가에는 줄지어 심어진 오렌지 나무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고, 하얀 벽과 붉은 기와를 얹은 건물들이 도로 양옆에 늘어서 있었다. 드문드문 열린 창문 사이로 빨래가 펄럭이고, 어느 건물 발코니에서는 붉은 꽃이 넘칠 듯 피어 있었다.숙소에 도착하기 전, 첫 번째 인상적인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골목 어딘가에서 기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뒤로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