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짧게 끝나겠지, 그렇게 시작했다
등록금이 급하게 필요했던 어느 여름방학, 나는 단기 고수익 알바를 찾고 있었다.
조건은 단순했다. 하루만 일해도 10만 원 이상 벌 수 있고,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는 일.
그렇게 찾게 된 것이 바로 이삿짐 센터의 단기 알바였다.
처음엔 단순히 무거운 걸 옮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힘들어도 하루만 고생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현장으로 향했다.
작업복, 안전화, 장갑을 지급받고 트럭에 탑승했을 때까지도 긴장보단 기대가 컸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 일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이게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몸은 고됐지만, 진짜 무거운 건 짐이 아니었다.
이 일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함께 일하는 사람,
그중에서도 단기 알바를 대하는 태도가 달랐던 팀장이었다.
그 경험은 내게 ‘직업의 종류보다,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다.
무거운 건 물건이 아니라 반복과 속도였다
이삿짐 알바의 기본 업무는 단순했다.
가정집에서 박스와 가구를 날라 트럭에 싣고, 다시 새로운 집으로 옮겨 정리하는 일.
하지만 이 단순함은 체력을 전제로 한 얘기였다.
작업은 속도가 생명이었다.
고객이 정한 입주 시간 안에 모든 짐을 옮겨야 했기 때문에,
지체하거나 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특히 계단이 있는 집이거나 엘리베이터가 좁은 빌라에선 체력 소모가 배로 들었다.
문제는 한 번 옮기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냉장고, 세탁기, 장롱 같은 대형 가전을 팀장과 함께 옮기는데,
중간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짐이 벽에 부딪히고, 그 책임은 언제나 막내인 알바에게 돌아왔다.
몸이 아픈 것도 있었지만,
계속되는 반복 작업과 그 속도를 맞추는 것이 더 힘들었다.
다른 직원들은 손발이 척척 맞았지만,
나는 생초보라 매번 타이밍이 어긋났고, 그때마다 팀장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날 불렀다.
“거기 아니라고 했잖아. 이따가 다 밀릴 거잖아.”
그 말 한마디에 숨이 더 차올랐다.
가장 무서운 건 짐이 아니라 팀장님이었다
이 일을 시작하고 가장 두려운 존재는 사실 팀장이었다.
겉보기엔 단순한 육체노동이라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팀장이 있었다.
처음엔 업무를 배우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혼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혼남’이 점점 공개적인 모욕에 가까워졌다.
“아 좀 빨리 좀 해요. 학생이라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냥 뒤에 있어. 방해되니까.”
“아이고, 이래서 단기 알바는 못 쓰겠다니까.”
그 말들은 물건보다 훨씬 무겁게 마음에 내려앉았다.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내 존재는 그저 ‘임시 인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걸 주변 정직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심지어 정직원들은 나를 ‘하루짜리’라고 부르며,
“하루짜리는 저리 치워”, “네가 할 일 아니야”라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육체적인 고됨보다, 그 안에서 느낀 위계와 차별이 더 고통스러웠다.
그 순간 깨달았다.
진짜 힘든 건 무거운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말 한마디였다는 걸.
결국 체력이 아니라 멘탈이 무너지는 순간이 온다
시간이 갈수록 팔은 들 수 없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하지만 진짜 힘든 순간은 체력이 바닥났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존심이 짓밟혔다고 느꼈을 때 찾아왔다.
한 번은 이사 현장에서 실수로 가구 모서리를 벽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팀장은 큰 소리로 “이 친구 뭐 하는 거야?”라며 사람들 앞에서 나를 질책했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바닥만 보고 서 있었다.
그날 퇴근길, 트럭 뒷칸에 앉아 손에 쥔 10만 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게 내가 감수한 스트레스의 값어치일까?’
그 순간 처음으로 ‘돈보다 중요한 게 있구나’라는 말을 실감했다.
사람은 몸이 아플 땐 휴식하면 낫는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그 회복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이후로 나는 어떤 알바를 하든 ‘사람이 어떤가’를 먼저 본다.
돈은 중요하지만, 사람 사이의 존중과 말의 온도가 훨씬 더 크게 남는다는 걸
이삿짐 알바를 통해 배웠다.
단기 이삿짐 알바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이삿짐 알바는 분명 고수익 알바다.
하루에 10만 원 이상 벌 수 있고, 일정 없이 비정기적으로 투입 가능하다.
하지만 그만큼 몸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근무 조건 | 주로 오전 7시에서 오후 5시(2시간 추가) |
업무 구성 | 짐 운반, 정리, 트럭 상하차, 정리 보조 등 |
체력 요구 | 매우 높음 (팔, 허리, 다리 근육 집중 사용) |
관계 구조 | 팀 단위 작업 → 상하관계 존재 / 단기자 차별 존재 |
장점 | 단기 고수익, 경험 강도 높음, 체력 강화 |
단점 | 고강도 노동, 감정 스트레스, 안전사고 위험 |
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건 한 가지다.
단지 하루만 일한다고 쉽게 볼 게 아니라,
자기 멘탈과 태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
특히 팀장이나 정직원과의 관계는 단기자 입장에선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현장이든 간에 항상 겸손하면서도 자기존중을 잃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무조건 참기보다는, 나를 지키는 방법도 함께 익히길 바란다.
무거운 건 짐이 아니라 말 한마디였다
이삿짐 알바는 단순히 몸을 쓰는 일이 아니라,
사람 속에서 버티는 일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하루짜리 알바생이란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고,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순간이 가장 힘들었다.
그 일을 통해 나는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법을 배웠다.
세상은 내게 쉽게 돈을 주지 않았고,
그 대가엔 몸의 고통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포함돼 있었다.
지금도 가끔 이사 차량을 보면, 그날의 내가 떠오른다.
몸이 힘든 건 시간이 지나면 잊힌다.
하지만 사람의 말은 오래도록 남아 있다.
그 경험은 내게 말 한마디의 무게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적어도 타인을 무겁게 만드는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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