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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브르노 한 달 살기 – 조용하지만 매력적인 유럽 중부 도시에서 보낸 시간

‘체코’ 하면 프라하? 나는 브르노를 선택했다 체코를 여행지로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도시는 대부분 프라하다. 나 역시 처음에는 프라하에서 장기 체류를 계획했다. 하지만 장기 숙소를 찾는 과정에서 브르노(Brno)라는 도시를 알게 됐다. 프라하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관광객이 적으며, 현지인 비율이 높아 ‘살아보기’에 적합하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다.브르노는 체코 제2의 도시지만, 분위기는 대도시보다 훨씬 차분하다. 역사적인 건물과 현대적인 생활 인프라가 균형을 이루고, 공원과 시장, 카페 문화가 일상에 녹아 있다. 무엇보다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면 체코 내 다른 도시나 오스트리아 빈,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까지도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나는 결국 브르노의 한적함과 실속 있는 생활 환경에 매료되어 ..

멕시코 오악사카 한 달 살기 – 전통 요리와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실전 후기

오악사카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멕시코 남부의 작은 도시 오악사카(Oaxaca)는 세계적인 미식 도시이자 예술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하루 이틀 머물다 떠나기보다, 길게 머물며 골목의 숨은 매력을 발견하고, 시장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카페 주인과 커피 취향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나는 원래 멕시코시티나 칸쿤처럼 유명한 관광지를 중심으로 계획했지만, 여행 중 만난 친구가 “오악사카에서 한 달 살아보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말을 해줬다. 그 한 마디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산과 계곡이 둘러싼 분지에 자리한 도시, 화려하지 않지만 색감이 강한 건물, 천천히 걷는 사람들의 걸음. 이 모든 것이 나를 끌어당겼다.결국 나는 오악사카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동네에 숙소를 잡고, 한 달간 ..

발리 우붓 한 달 살기 – 바다 없는 발리에서 경험한 정글 속 힐링 루틴

발리를 떠올리면 대다수의 사람은 푸른 바다, 야자수, 리조트 수영장과 바다 위 선셋을 가장 먼저 연상한다. 나 역시도 발리를 처음 계획할 때는 당연히 해변가 근처에 머무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우붓(Ubud)’이라는 이름을 접하게 되었다. 바닷가와는 정반대 방향인 내륙에 위치한 이 조용한 마을은 해변 대신 논밭과 정글, 사원, 예술 공방, 그리고 요가 센터로 가득한 공간이라는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도시의 속도에 지친 나는 ‘이번 한 달은 바다보다 초록이 많아야 한다’는 이유 하나로 우붓에서의 장기 체류를 결정했다. 사실 여행으로는 한두 번 스쳐갈 수 있는 마을일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살아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우붓은 매일 기도와 향으로 시작되는 마을이다. ..

나가노 한 달 살기 – 눈 덮인 온천 마을에서 느린 삶을 살아보다

도쿄의 바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한 달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여러 지역을 비교하다가 '나가노'라는 지역이 눈에 들어왔다. 온천, 설산, 소박한 마을, 그리고 느린 시간. 이 네 단어만으로도 이미 나의 결정은 정해져 있었다.나가노는 일본 혼슈 중심부에 위치한 내륙의 고지대 마을이다. 겨울이면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고 공기가 맑다. 나는 1월의 나가노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기대 이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스키장과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지지만, 일상 속의 나가노는 훨씬 더 소박하고 깊이 있었다.한 달 동안 나는 일본의 정적인 겨울을 살아보았고, 그 고요 속에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숙소와 마을..

스페인 말라가 한 달 살기 - 지중해 도시에서 보내는 은퇴자의 삶 체험기

처음 말라가를 찾았던 건 단순한 휴양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도착하고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 도시의 기온, 햇살, 거리의 분위기가 머무름에 더 어울린다는 걸 직감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말라가를 스페인의 유명 해변 도시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은퇴자들이 삶의 여유를 누리기 위해 몰려드는 도시이기도 하다. 지중해 특유의 따뜻한 바람, 저렴한 물가, 느긋한 삶의 리듬. 모두가 '살고 싶게 만드는 이유'였다.스페인 남부의 이 평화로운 도시에서 나는 한 달을 보내며 실제로 살아보는 감각을 체험했다. 단기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로서 말라가를 마주하는 순간들은 이전에 어떤 관광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차분한 감정을 남겼다. 왜 말라가였을까 – 스페인 남부에서 삶을 배우다많은 이들이 스페인 여행을 이야기할 때 마드리드..

담양 한 달 살기 – 대나무숲과 슬로 라이프의 한 달

담양에 도착한 날, 버스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내가 떠나온 도시와 전혀 달랐다. 도로 양옆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대나무숲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들이 서로 부딪혀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논과 밭이 번갈아 나타났고, 멀리 보이는 산은 초록빛을 머금고 있었다.숙소까지 가는 길은 평일 오후라 한적했다. 읍내를 지날 때 보이는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열어 놓았고, 가게 앞에서는 주인이 느긋하게 잡지를 읽거나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느린 속도였다.첫 주는 적응의 시간이었다. 장을 볼 시장을 찾고, 숙소 주변의 대나무숲과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으며 위치를 익혔다. 평일의 담양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마을 사람들의 생활 속도는 놀랄 만큼 느렸다. 이 변화는 도시의 ..

경북 안동 한 달 살기 – 하회마을, 낙동강, 그리고 한 달이 남긴 깊이 있는 변화

안동에 도착한 첫날, 낙동강을 건너며 보았던 풍경은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3시간 남짓 이동했을 뿐인데, 공기의 결은 완전히 달랐다. 습기가 적당히 감도는 공기 속에 강 냄새가 스며 있었고, 멀리서 산 능선이 부드럽게 겹겹이 이어졌다. 강을 따라 길게 뻗은 둑길 양옆으로는 논과 밭이 이어졌고, 그 사이사이 오래된 기와집이 드문드문 보였다.안동을 한 달 살기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관광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오랜 시간 서울에서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일상에 갇혀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와 회의, 촘촘하게 짜인 일정은 성취감을 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숨을 가쁘게 했다. 한 달 정도는 속도를 늦추고, 다른 호흡을 가진 곳에서 살고 싶었다.안동은 그런 조건에 완벽히 맞는 곳이었다. ..

충북 제천 한 달 살기 – 청풍호와 산골 마을이 만든 한 달의 여유

제천에 도착한 첫날,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공기의 결이 달랐다. 습기가 가볍게 감도는 바람 속에 흙냄새가 스며 있었고, 멀리서 산 능선이 겹겹이 이어졌다. 청풍호는 잔잔했고, 물 위로 햇살이 번쩍이며 흘렀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동안 머릿속에 있던 일정표와 계획들은 점점 흐릿해졌다.제천을 한 달 살기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자연과 도시의 균형, 그리고 평일의 조용함이었다. 제천은 관광객이 주말에 집중되지만, 평일에는 주민들의 차분한 일상이 중심이 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는 도시에서 잊고 지냈던 느린 시간을 되찾고 싶었다.청풍호 주변은 생각보다 넓고 깊었다. 날씨에 따라 호수의 색이 변했고, 호수 위에 반사되는 하늘은 늘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런 변화는 단기 여행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었..

강원도 평창 한 달 살기 – 대관령 바람과 산골 일상 속에서 배우는 여유

평창에 도착한 날, 차창 밖으로 연이어 펼쳐지는 산 능선이 시선을 붙잡았다. 대관령을 넘자마자 공기가 달라졌다. 서울에서 느끼던 공기보다 선명하게 차갑고 맑았다. 도로 옆으로는 풀밭이 이어지고, 목장 울타리 안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이 보였다. 하늘은 마치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다가왔다.이곳을 한 달 살기 장소로 고른 이유는 단순히 공기가 좋다는 것 이상이었다. 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늘 일정이 빽빽했고, 쉼표 없는 하루가 이어졌다. 평창은 그러한 일상에 의도적인 여백을 넣어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첫날 밤, 숙소 주변은 적막했다. 빛 공해가 거의 없어 별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창밖에서는 풀벌레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멀리서 들려..

전남 구례 한 달 살기 – 섬진강과 산수유 마을 속에서 보내는 생활기

구례에 처음 도착한 날은 흐린 날씨였다. 섬진강 위로 낮게 깔린 구름이 강물과 맞닿아 있었고, 강둑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길은 비에 젖어 은빛을 띠었다. 구례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주말의 북적임을 지나면 평일은 그야말로 조용한 생활의 무대였다.이곳을 한 달 살기 장소로 고른 이유는 섬진강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여유와 산수유가 피는 마을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첫날, 역 앞 작은 카페에서 들려온 첫인사는 느리고 부드러웠다. 도시의 바쁜 호흡에 익숙한 나에게 구례의 속도는 낯설지만 편안하게 다가왔다.하루가 강물처럼 흐르는 이곳에서, 나는 시계를 자주 보지 않게 됐다. 버스 시간이 다가오면 서두르기보다 다음 차를 기다리고, 장터에서 장을 보다가도 예정에 없던 산책을 떠나는 게 자연스러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