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타는 일, 일도 타는 일
많은 사람들이 ‘운동’과 ‘일’을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지만,
나는 실내 암벽 클라이밍장 알바를 하면서 이 둘이 얼마나 밀접한지 깨달았다.
몸을 쓰는 일이라고 해서 단순 노동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 일은 오히려 머리와 감정, 그리고 체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복합적인 일이었다.
암벽장 특유의 역동적인 분위기와 몸을 쓰는 일의 리듬은
단순한 업무 이상의 경험을 내게 안겨줬다.
처음엔 그저 체육관 같은 곳에서 일한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하루하루 고객과 부딪히고 땀을 흘리며
나는 ‘일’이라는 것이 누군가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기도 하다는 걸 느꼈다.
이 알바는 단순히 벽을 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의 안전을 확인해야 했고, 그들의 도전을 지켜보며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행동해야 했다.
결국 이 경험은 나의 사고방식, 대인관계, 그리고 체력 관리 습관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지금도 그 벽을 바라보던 순간들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실내 암벽장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클라이밍장 알바는 단순히 매표소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매일 개장 전, 홀 전체의 안전 점검이 필수였다.
벽에 부착된 홀드(손잡이)가 느슨해지진 않았는지,
바닥 매트가 제대로 고정되어 있는지,
그리고 장비 대여 공간의 하네스나 신발이 이상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이 작은 점검 하나로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체크리스트 이상의 중요함을 느꼈다.
개장 후에는 주로 접수와 장비 대여, 클라이밍장 내부 정돈, 이용자 응대 등의 업무를 맡았다.
초보자들에게 장비 착용법을 설명하고,
자주 나오는 질문에 친절하게 응대하는 일도 잦았다.
특히 땀에 젖은 신발이나 하네스를 정리할 땐 다소 꺼려지기도 했지만,
이 일 또한 암벽장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클라이밍장 특성상 체육관보다는 더 조용하지만,
이용자 간의 배려가 중요하기에 작은 실수도 민감하게 반응이 왔다.
이런 반복적인 일과 속에서 나는
‘사소한 실수 하나가 곧 위험이 된다’는 긴장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내가 더 신중하고 부지런해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용자들과의 거리, 그 미묘한 간격
실내 암벽장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보자거나,
오랜만에 운동을 재개하려는 일반인들이 많았다.
그만큼 기본적인 자세나 장비 착용이 미숙한 경우가 많았고,
나는 늘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부담을 줄 수 있었고,
너무 멀리서 바라보면 방치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한 번은 중학생 아이가 높은 벽을 무리하게 도전하려다
발을 헛디디는 걸 봤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 안전하게 내려오도록 유도했고,
그 일 이후 그 아이는 내게 “형, 나 이 코스 도전해도 될까?”라고 자주 묻곤 했다.
단순히 안전요원이 아닌, 신뢰를 주는 동료가 된 느낌이었다.
또 다른 기억은, 50대 중반의 아주머니가
처음 암벽을 시도하며 많이 두려워하던 날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에 하네스를 직접 채워드리며
“무서우면 중간에 멈춰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그녀는 마음이 놓였는지
끝까지 완주했고, 내려오며 활짝 웃었다.
그 미소를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졌고,
사람의 도전을 돕는 일의 보람을 처음으로 느꼈다.
이용자들과의 소통은 말보다 시선과 리듬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클라이밍 중인 사람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개입하는 태도는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나는 그 조심스러움 속에서
다른 사람의 ‘도전’을 응원하는 법을 배웠다
몸이 기억하는 루틴, 그리고 내 일상의 변화
알바를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나면서,
내 몸은 자연스럽게 그 공간에 익숙해졌다.
클라이밍 장비를 나르며 근력이 붙었고,
하루 7~8시간을 서서 일하다 보니 체력도 많이 좋아졌다.
운동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일 자체가 운동이었기 때문에
몸의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무엇보다 생활 습관이 바뀌었다.
야식 대신 물을 마시게 되었고,
수면 시간도 더 규칙적으로 바뀌었다.
체력의 소모가 분명한 일이라
건강을 유지하지 않으면 다음 날 업무가 힘들다는 걸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자연스레 루틴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 일 덕분에 ‘일을 하며 건강을 챙기는 삶’이라는 게
실현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몸이 단련되면서 정신도 함께 맑아졌고,
내 삶의 우선순위가 서서히 바뀌는 걸 느꼈다.
단순한 아르바이트였지만,
내 일상을 긍정적으로 흔들어놓은 계기였다.
땀으로 쌓아올린 성취감
실내 암벽 클라이밍장 알바는
내게 단순한 근무지가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훈련장이었다.
체력만 필요한 게 아니라
집중력, 책임감,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두 필요한 일이었다.
물론 땀에 젖은 장비를 정리하고,
근육통에 시달리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사람들의 도전을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나도 모르게 내 삶의 자세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회피하던 도전들을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단단해졌다.
이 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었다.
땀과 움직임으로 채워지는 하루는
정신적으로도 큰 만족감을 줬다.
암벽장에서의 경험은 지금도 내 생활의 기준이 되어 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타인의 리듬을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내가 해낸 일에 대한 자부심.
이 모든 건 그 높았던 벽 앞에서,
내가 진짜로 부딪혀 얻은 것들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날그날의 피로보다 더 오래 남는 건
‘해냈다’는 성취감이었다.
그 작은 성공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 것처럼,
나는 오늘도 새로운 벽 앞에 서게 된다.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두려움보다
도전의 설렘이 더 먼저 느껴진다.
'내가 겪은 독특한 알바 경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방 도서관 아르바이트 후기 – 조용한 공간에서 배운 일의 리듬 (0) | 2025.09.28 |
---|---|
공공기관 민원 콜센터 알바 후기 – 감정보다 매뉴얼이 앞섰던 현실 (0) | 2025.09.25 |
재래시장 배달 알바 썰 – 손님보다 상인이 더 무서웠던 이유 (0) | 2025.09.24 |
편의점 새벽 알바 후기 – 혼자 있는 시간의 긴장과 생존 (0) | 2025.09.23 |
식당 알바하면서 만난 사장님 유형별 생존법 (1) | 2025.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