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알바하면서 만난 사장님 유형별 생존법

알바는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이 힘들다

식당 알바를 시작할 때,
나는 일 자체보다 음식에 대해 많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주방에서 뭔가를 배우거나, 서빙하면서 손님 응대를 익히는 건
나중에 어디에 가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의 알바 경험을 통해
진짜로 중요한 건 함께 일하는 사람,
특히 사장님의 스타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같은 일이라도 누가 사장이냐에 따라
알바의 난이도와 만족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정확한 지시와 존중이 있는 사장님과 함께 일할 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배우는 것도 많았지만,
반대로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장님 밑에서는
하루가 끝도 없이 길게 느껴졌다.

결국 식당 알바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사장님의 성향을 빨리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생존 전략을 세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간섭형과 욱하는 사장님, 그 틈에서 버티는 법

가장 힘들었던 건
일의 흐름을 매번 끊는 ‘간섭형 사장님’이었다.
내가 서빙을 하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그거 말고 이걸 먼저 줘야지”라며
매 순간마다 지적을 날리곤 했다.
단순히 일의 효율을 위한 조언이 아니라
감정 섞인 말투로 반복되다 보니
작은 실수에도 위축되기 쉬웠다.

또 어떤 사장님은
화가 나면 주방에 있는 그릇을 던지거나
소리를 크게 지르며 알바생을 혼내는 유형도 있었다.
그럴 땐 실수보다도
감정에 휘말리지 않는 게 더 중요했다.
되도록 말대답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듣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내가 찾아낸 최소한의 방어법이었다.

이런 사장님들과 일하면서 배운 건,
잘하려 하기보다는
‘눈치 빠르게 움직이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사장님의 성격을 익히고,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걸 파악하려고 노력하면
갈등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방임형 사장님과 일할 때의 또 다른 긴장감

반대로 아예 알바에 관심이 없는
‘방임형’ 사장님도 있었다.
언뜻 보면 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상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하다 보니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가 쌓였다.

메뉴를 잘못 받아도, 손님이 컴플레인을 해도
사장이 개입해주지 않으면
알바생 입장에서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다.
처음엔 “자율적으로 해도 된다”는 말이 좋게 들렸지만,
나중에는 모든 일을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부담스럽고 외롭게 느껴졌다.

방임형 사장 밑에서는
매뉴얼을 직접 만들다시피 해야 했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를 혼자서 정리해 두는 습관이
생존에 큰 도움이 됐다.

‘일 잘하는 알바생’을 대하는 사장님의 태도

흥미로웠던 건,
시간이 지나면서 ‘일을 조금 익힌다’고 느껴질 때
사장님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소극적으로 다가왔던 분도
내가 빠르게 움직이거나 고객 응대를 매끄럽게 하면
언제부턴가 점점 의지하기 시작했다.

특히, 혼자서 주방과 홀을 오가며
매장 전체의 흐름을 보고 움직였을 때
사장님의 신뢰도가 눈에 띄게 올라갔다.
그때부터는 단순한 알바가 아닌
‘매장 매니저’ 같은 존재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메뉴를 주문받고 음료를 직접 만들고,
손님 요청에 응대하며 정산까지 맡는 일까지
자연스럽게 내 역할이 확장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많아졌다.
갑자기 결근한 다른 알바 대신
추가 근무를 요청받는 일도 있었고,
사소한 고객 클레임도
내가 먼저 대응해야 할 때가 많았다.
단순히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어느새 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람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럴 땐 선을 잘 지키는 게 중요했다.
신뢰를 쌓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까지만 도와야
오히려 건강한 관계가 유지됐다.
도움을 주는 선과 내 책임을 구분하는 능력도
이 알바 경험을 통해 스스로 익혀야만 했다.

어떤 사장님이든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따로 있다

사장님이 어떤 스타일이든
알바생 입장에서 완벽히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그 대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였다.
화내는 사장에게 감정적으로 맞설 필요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명확하게 선을 긋고 상황을 바꾸려는 용기도 필요하다.

항목유형생존법

간섭형	잔소리, 반복 지적	말대답 피하고 일단 빠르게 움직이기
욱하는 성격	고함, 감정적 폭발	시선 피하고 대응 최소화
방임형	무관심, 책임 전가	스스로 매뉴얼 만들고 역할 정리
신뢰형	의지하고 맡기는 타입	선 긋기, 책임 과다 방지

이 알바 경험을 통해
나는 단순히 서빙을 넘어서
사람을 상대하는 법,
그리고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을 배웠다.
무조건 참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기준을 세우고 그 안에서 움직일 줄 아는 태도.
그게 알바를 오래 할수록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일보다 사람이 힘든 이유를 이해하게 된 시간

식당 알바는 메뉴판보다 사장님 얼굴을 먼저 읽어야 하는 일이었다.
일은 익숙해지면 편해지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다양한 사장님들을 겪으면서
나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생겼고,
그에 따라 나를 조절하는 기술도 배울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단순한 아르바이트를 넘어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꼭 필요한 기술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지금도 식당에 가면
서빙하는 알바생과 사장님의 대화를 눈여겨보게 된다.
그 안에서 나의 과거가 보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지금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버티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을 보내게 된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늘 어렵지만,
이 일을 통해 내가 나를 보호하는 방법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그건 단순히 참고 견디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내 감정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를 붙잡는 힘이었다.
그리고 그 힘은 앞으로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내가 나답게 버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