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없지만 시간이 흐르던 곳“거기 사람도 없고 일도 많지 않아. 그냥 하루 종일 조용히 있으면 돼.”이 말 한마디에 나는 폐교 관리 아르바이트를 수락했다.시골 마을 외곽에 위치한 작은 초등학교였고,몇 년 전 학생 수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고 했다.내 역할은 단순했다. 외부인이 들어오는 걸 감시하고,학교 건물의 전기, 수도 상태를 점검하고, 비 오는 날은 창문을 닫는 것.사실상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건물 안에 머무는 일이었다.하지만 막상 출근 첫날, 교문을 열고 들어서자낡은 운동장, 바랜 벽, 꺼진 전등 아래서 느껴지는 이상한 정적이단순한 아르바이트를 비일상적인 체험으로 만들어주었다.사람이 떠난 공간은 단순히 ‘비어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그곳에 남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