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에서의 한 달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삶의 재정비'였다. 숙소 구하기, 생활비, 물가, 교통, 인터넷, 사람들, 디지털노마드 업무 환경까지,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정보를 모두 담았다.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별을 보며 잠든 조용한 시골살이의 모든 것을 기록한 생생 후기.
도시를 떠난 이유 – 영월을 선택한 배경과 첫인상
도시에서의 삶은 점점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매일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끝나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쉬고 싶다’가 아닌, ‘살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기 여행으로는 부족했다. 진짜 쉼은 ‘거기서 살아보는 것’에서 온다고 믿었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 강원도 영월이었다.
영월은 동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군 단위 시골 지역이다.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조용히 살아보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라는 후기를 보고 관심을 가졌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3시간 정도,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일상과는 분리된 공간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도착한 날,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졌다. 바람은 차고 맑았고, 마을은 고요했다. 들리는 건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뿐. 오랜만에 소음 없는 시간이 주는 해방감을 느꼈다. 그날 밤, 작은 원룸에서 창문을 열고 누웠는데, 진짜 별이 쏟아지듯 하늘에 박혀 있었다.
‘이곳에서라면 정말 다시 숨 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살이의 현실 – 숙소, 장보기, 교통, 인터넷, 병원
영월에서의 숙소는 읍 외곽의 단층 원룸이었다. 월세 25만 원, 보증금 10만 원. 가구와 가전이 기본 제공되며, 창문을 열면 논과 밭이 보였다. 부동산 중개를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었고, 관리비는 따로 없었다. 전기세와 가스비만 내면 됐다. 전체적으로 쾌적했고, 밤에는 개 짖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 외에는 들리지 않았다.
장보기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동강시장에서는
- 곤드레나물 한 봉지 1,000원
- 계란 30구 5,200원
- 배추김치 1kg 4,000원
- 지역에서 직접 키운 고추 1줌 2,0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외식도 부담이 적었으며, 순댓국, 칼국수, 비빔밥 등의 식사는 6천~8천 원이면 충분했다.
교통은 마을버스가 있으나 배차 간격이 길고 노선이 제한적이어서 자전거를 활용했다. 자전거 도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읍내 이동은 불편하지 않았다. 택시는 전화 콜 시스템으로 부를 수 있으며, 호출 후 평균 15~20분 정도 대기하면 된다.
의료 인프라는 기본 진료에는 문제가 없었다. 읍내에 영월의료원이 있고, 내과, 정형외과, 약국도 있다. 단, 응급 상황이나 전문과 진료는 원주나 제천으로 가야 하므로, 본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고려가 필요하다.
인터넷 환경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내가 묵었던 숙소는 KT 광랜이 설치되어 있었고, 업로드/다운로드 속도 모두 90~100Mbps였다. 줌 회의, 클라우드 문서 작업, 영상 스트리밍 모두 문제없이 가능했다.
디지털노마드로 살아본 영월 – 집중력과 정서의 변화
나는 콘텐츠 작가이자 프리랜서로 일한다. 주로 글을 쓰고, 온라인 회의와 클라이언트 작업을 병행하는 형태다. 도시에서는 집중이 힘들었다. 주변 소음, 잦은 약속, 갑작스러운 연락들. 하지만 영월에서는 그 모든 방해 요소가 사라졌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났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뒤, 읍내 개울길을 30분 정도 산책했다. 산과 하늘, 개울과 풀꽃이 함께하는 풍경은 아침부터 감정을 안정시켜줬다. 오전 9시부터는 집에서 집중 업무에 들어갔고, 점심은 시장에서 사온 재료로 직접 조리했다.
오후에는 주로 ‘동강커피’와 ‘달빛다방’ 같은 로컬 카페에서 글을 썼다. 두 카페 모두 와이파이 속도, 좌석 간격, 조도 모두 훌륭했고, 무엇보다 조용했다. 카페 창밖으로는 강이 흐르고 산이 보였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면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밤이 되면 촛불을 켜고, 글을 다시 읽거나 간단한 정리 작업을 했다. 업무 효율은 서울에서보다 훨씬 높았다. 하루에 해야 할 일을 오전에 모두 끝내는 날도 있었고, 그런 날은 자전거를 타고 근교 마을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별빛 아래 돌아본 나 – 느림과 고요함이 남긴 한 달의 흔적
영월의 밤은 도시의 밤과 달랐다. 가로등도 적고, 상가도 많지 않아서 밤이 진짜 어둡다. 그러나 그 어둠 덕분에 별이 또렷하게 보였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루틴은 밤 10시, 숙소 옥상에 올라가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하루를 정리하며 별을 보는 그 시간은 명상보다 깊은 효과가 있었다.
도시에서는 항상 ‘해야 할 것’에 쫓겼지만, 영월에서는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별빛 아래에서는 마음이 정리되고, 내 삶의 속도가 과속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천천히 살아도 괜찮다는 걸 별이 가르쳐줬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다. 배달앱이 거의 없었고, 밤늦게 이동이 어렵고, 심야 약국이나 병원이 없어 계획적인 생활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불편함조차도 내 삶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영월에서의 한 달은 ‘도망’이 아니라 ‘정비’였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가고 싶은 곳. 삶의 방향을 바꿔주는 경험. 나에게 영월은 단순한 지방 소도시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회복시켜준 장소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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