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알바 후기 – 전화기 너머로 느낀 감정의 무게와 성장
말 한마디에 세상이 흔들리는 경험
한동안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콜센터 상담원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자리에 앉아서 전화만 받으면 되는 일,
상대방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니 부담도 적을 것 같았다.
“말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닐까?”
그 단순한 생각으로 지원했고,
며칠 뒤 바로 교육을 받고 투입됐다.
하지만 첫날 전화를 받자마자
내 예상이 얼마나 얕았는지를 실감했다.
한 번의 응대에서
내 말투, 목소리 톤, 숨소리 하나까지
모두 평가 대상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안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긴장감과 감정의 소모가
매 순간 숨겨져 있었다.
콜센터는 ‘기계적인 친절’을 유지하는 곳이 아니었다
콜센터 업무는 대부분 정해진 스크립트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고객이 문의하면 적절한 응답을 하고,
문제가 있다면 접수하고 처리하는 흐름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사람마다 말투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대응 방식은 항상 유동적으로 변한다.
처음에는 정해진 대로만 말하려 했지만,
상대가 격앙되면 스크립트는 아무런 힘을 갖지 못했다.
그때부터 나는
정해진 문장 사이에서 감정을 읽고,
내 말의 속도와 어조를 조절하는 법을 익혀야 했다.
전화기는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 때문에
표정 없이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몇 번의 실수를 통해 깨달았다.
특히 컴플레인을 다루는 전담 부서였던 만큼,
하루에도 수십 통의 불만 전화를 받아야 했고,
그 속에서 나는 내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늘 표정 없는 목소리를 연습해야 했다.
고객의 말 한마디에 무너졌던 날도 있었다
콜센터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이유 없는 감정 폭발을 받는 경우였다.
상대방은 내 얼굴을 모르고,
나도 상대를 모른다.
하지만 그 익명성이 오히려 더 과격한 말을 쉽게 만들었다.
“이딴 것도 직원이야?”,
“너 같은 사람이 상담을 해?”,
“이 회사 진짜 쓰레기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과해야 했다.
그 순간의 나 자신이
직원이 아니라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상대는 분명 상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이었지만,
그 화살은 모두 나에게로 향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화장실에 가서 울었던 날도 있다.
하지만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음 전화를 받아야 했다.
그게 이 일의 가장 냉정한 현실이었다.
멘탈이 약했던 내가 조금씩 변해갔다
처음엔 거절과 욕설에 무너졌다.
전화를 받을 때마다 손에 식은땀이 나고,
벨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먼저 반응할 정도였다.
누가 또 소리를 지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긴장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그 긴장감은 육체보다 멘탈을 더 피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전화기 너머의 말을
모두 내 감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법을 익혔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저 사람은 지금 단지 화가 나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감정을 분리하는 훈련을 스스로에게 시켰다.
그리고 어느 날,
한 고객이 “이렇게 친절한 상담원은 처음이에요.
덕분에 화가 좀 풀렸어요.”라고 말해줬을 때,
나는 이 일이 단순히 ‘전화를 받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기분을 조절하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
누군가의 감정이 내 말 한마디로 가라앉는 순간을 직접 겪으며,
말이라는 도구의 힘을 처음으로 제대로 느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말의 선택, 타이밍, 어조를
더 섬세하게 다루게 됐다.
빠르게 대답하기보다는,
한 박자 쉬고 생각한 뒤 말하는 습관도 생겼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려고 귀를 기울이고,
그 기대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그런 훈련이 반복되면서
자신감도 조금씩 회복됐다.
전에는 무작정 겁부터 냈지만,
지금은 어떤 상황이 와도 최소한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그건 단순한 인내심이 아니라
내가 이 일을 통해 스스로를 조율할 줄 알게 됐다는 증거였다.
이 일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
콜센터 알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 소모가 심하고,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근무 환경 | 실내, 좌식 근무, 이어폰 착용 필수 |
주요 업무 | 고객 상담, 문제 접수, 응대 기록 |
장점 | 말하기 능력 향상, 감정 조절 능력 상승 |
단점 | 감정 노동 심함, 높은 스트레스, 반복 업무 |
추천 성향 | 침착한 사람, 공감 능력 있는 사람, 말에 책임감 있는 사람 |
만약 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말을 잘하려고 하기보다
상대를 잘 듣는 연습을 먼저 하길 권한다.
듣는 능력이 쌓이면,
말도 자연스럽게 다듬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분리할 수 있는 훈련을
이 일에서 반드시 하게 될 것이다.
말은 무기이자 방패다
콜센터 아르바이트는
내게 말이라는 도구의 양면성을 알려준 경험이었다.
말은 누군가를 찌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를 안심시킬 수도 있다.
내가 전하는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위로가 될 수도, 상처가 될 수도 있기에
더 신중해졌고, 더 책임감 있게 말하게 됐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들과
직접 만나지 않았지만,
그들 덕분에 나는 말의 온도를 배웠다.
지금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때 익힌 감정 조절 기술이
내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