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실전 가이드

장수군 한 달 살기 리얼 체험기 – 전북 고지대에서 찾은 슬로우 라이프의 본질

sunny06301 2025. 7. 23. 16:58

전북 장수군은 고지대 특유의 서늘한 공기, 조용한 마을 분위기, 자연과 함께하는 느린 일상이 인상적인 곳이다. 이 글은 실제로 장수군에 머무르며 직접 살아본 사람의 체험을 바탕으로, 숙소, 물가, 교통, 인터넷, 병원 등 현실적인 정보를 총망라했다. 디지털 노마드, 프리랜서, 도심 피로자에게 필요한 ‘쉼표의 땅’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야 할 실전 가이드

장수군 한 달 살기 리얼 체험기

장수군을 선택한 이유 – 슬로우 라이프를 향한 갈증

도시에서 반복되는 일상은 나를 점점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회사 일, 메신저 알림, 외부 일정으로 가득 찬 하루 속에서 나는 점점 내가 누구였는지 잊어가고 있었다. 한 달간이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한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알게 된 곳이 ‘전북 장수군’이다. 이름부터 마음이 끌렸다. 오래 살 것 같은, 건강할 것 같은 느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지도만 보고 찾아낸 이 고지대 마을이 나의 삶을 바꾸게 될 줄은 그땐 몰랐다.

장수군은 전라북도 동부 내륙, 해발 5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 지역이다. 고랭지 채소로 유명하고, ‘장수한우’ 브랜드도 있다. 하지만 관광지로 알려진 곳은 아니며, 오히려 정보가 매우 부족한 편이었다. 블로그나 유튜브 후기조차 드물었다. 그 점이 나를 더 끌어당겼다. 관광지가 아닌 ‘생활지’로서의 장수가 궁금해졌다. 서울에서 3시간 반 거리,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한 장수는 예상보다 더 조용했고, 더 자연스러웠다. 첫날 느낀 공기의 질감, 그리고 정적 속 새소리는 내 숨을 가라앉히기에 충분했다.

 

숙소부터 생활비, 인터넷, 교통까지 – 시골살이의 현실

한 달간 머물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한 것은 숙소였다. 장수읍 외곽의 작은 원룸을 구했다. 월세 22만 원, 보증금 10만 원이었다. 냉장고, 세탁기, 싱크대, 와이파이까지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갖춰져 있었고, 무엇보다 창밖 풍경이 좋았다. 논밭과 산, 마을 어귀를 바라볼 수 있는 창은 매일 나에게 자연을 보여주는 액자였다.

생활비는 확실히 도시보다 저렴했다. 장수 전통시장에서는 직접 농사지은 채소와 계란, 생선을 저렴하게 살 수 있었고, 읍내 하나로마트에서도 대부분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곤드레나물 1봉지 1,000원, 계란 30개 5,500원, 국거리 한우 100g 3,200원 수준이었다. 반찬가게에서는 나물 3가지에 5천 원이면 충분했고, 외식도 대부분 6천~9천 원 사이였다. 도시에서는 불가능한 수준의 가격이었다.

교통은 불편했다. 마을버스는 하루에 많아야 45회, 배차 간격이 길고 노선도 제한적이다. 나는 전기 자전거를 가져가 활용했다. 장수읍 내에서 대부분의 이동은 자전거로 가능했고, 전동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 택시는 콜 시스템이 있었지만, 부르면 20~30분 정도 대기해야 했다. 의료시설은 장수군 보건의료원, 1차 병원급 의원 정도이며, 중증 질환은 전주나 남원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인터넷 환경은 의외로 안정적이었다. LTE는 KT와 LG U+ 모두 수신률이 좋았고, 숙소 와이파이도 100Mbps급 속도로 충분히 업무가 가능했다. 영상통화, 줌 회의, 대용량 파일 업로드도 무리 없었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본 고지대 삶 – 일과 쉼의 완벽 균형

나는 콘텐츠 마케터이자 프리랜서 작가로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디서든 잘 된다는 말은 거짓이다. 환경에 따라 집중력과 창의력은 달라진다. 장수에서는 신기하게도 글이 술술 써졌다. 그건 단순히 조용해서가 아니라, 외부 자극이 없어서였다. 알람, 소음, 교통체증, 카페 소란 같은 것들이 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나 자신’만 있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산책을 했다. 숙소 앞 야산길을 따라 걷고, 이슬 맺힌 풀을 지나면서 머리를 정리했다. 오전에는 숙소에서 글을 쓰고, 오후에는 읍내 카페 ‘커피나무’에서 작업을 이어갔다. 이 카페는 콘센트, 와이파이, 조용한 환경 모두 완비되어 있었다. 사장님도 친절해서 커피 리필도 해주셨다.

무엇보다 ‘일하며 쉰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억지로 앉아있지 않아도, 자연 속에서는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점심엔 시장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오후에는 마을길을 산책하거나 작은 도서관에 들렀다. 밤이 되면 별을 보며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루하루가 정제된 시간이었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던, 삶의 질감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느림 속에서 얻은 삶의 방향 – 진짜 전환이 시작된 한 달

한 달이 지나고 서울로 돌아온 나는 예전의 나와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바쁘게 살아야만 의미 있다고 믿었던 내 사고방식은, 장수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쉼’이 아니었다. ‘정비’였다. 매일 규칙적인 리듬, 깨끗한 음식, 조용한 환경, 천천히 걷는 속도는 내 신체와 정신을 회복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는 것이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로움을 쉽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힘들 수도 있고, 의료 인프라나 교통 불편도 존재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바로 그것이 도시와는 전혀 다른 삶의 ‘결’이었다. 자연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인간적인 온기가 있는 공간. 누군가는 시골살이를 불편함이라 말하겠지만, 나에겐 그것이 자극 없는 평온함이었다.

이제 나는 매년 최소 한 달은 장수처럼 고요한 지역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도시는 일을 벌이는 곳, 시골은 나를 돌아보는 곳이다. 장수는 그 사이 어디쯤, 일과 쉼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