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실전 가이드

강릉 한 달 살기 후기 – 동해 바다와 함께 보낸 여유로운 30일

sunny06301 2025. 7. 30. 11:25

서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닿을 수 있는 동해의 도시, 강릉은 여행지로는 익숙했지만 살아본 적은 없었다. 짧은 여행에서 보던 바다는 늘 붐비고 활기찼다. 그러나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강릉에 머무르면 관광지 너머의 일상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강릉은 바다와 산, 시장과 카페, 그리고 생활 인프라가 적절히 어우러진 도시다. 이번 한 달 살기에서 나는 그 속에서 실제 거주자의 시선으로 강릉을 경험해보기로 했다. 이 글은 강릉에서 한 달간 생활하며 직접 체험한 숙소, 생활비, 교통, 인터넷, 병원, 업무 루틴까지 모두 기록한 내용이다.

 

강릉 한 달 살기 후기

 

 

왜 강릉이었을까 – 바다 도시에서 살아보기로 한 이유 

강릉은 주말마다 수많은 여행자가 찾는 인기 여행지다. 그러나 나는 이 도시를 단기 여행의 표면이 아니라, 그 안쪽의 생활을 보고 싶었다. 주말 이틀 사이에 스쳐 지나가며 만난 강릉은 늘 붐비는 해변, 활기찬 시장, 그리고 유명 카페 거리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조용한 골목과 동네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한 달 살기 장소를 찾으면서 나는 강릉이 가진 두 가지 매력에 주목했다. 첫째, 생활 인프라의 안정성이다. 바다를 매일 보며 살 수 있는 도시 중 강릉처럼 교통, 병원, 쇼핑, 문화공간이 균형 잡힌 곳은 많지 않다. 둘째, 바다와 산, 호수가 함께 있는 지리적 다양성이다. 하루는 바다를 따라 걷고, 하루는 소나무 숲을 산책하며, 또 다른 날은 호수공원을 돌 수 있다. 이런 변화는 한 달이라는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채워준다.

강릉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접근성이다. 서울에서 KTX로 2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있으면서도, 도심을 벗어나면 바로 자연과 맞닿는 환경이다. 이 거리는 장기 체류를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강릉의 바다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자리에 서 있어도 하루하루 바다의 표정이 달라지고, 그 변화 속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강릉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내 관심을 끌었다. 시장 상인들의 느긋한 말투,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지역 음악, 그리고 주말이 되면 가족 단위로 해변을 산책하는 풍경은 도시의 빠른 속도와는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강릉에서의 한 달은 단순히 머무르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그들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강릉의 생활 환경 – 숙소,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내가 머문 숙소는 포남동 외곽의 오피스텔이었다. 월세 35만 원, 보증금 20만 원으로 계약했고, 가구와 가전이 갖춰져 있어 바로 생활할 수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바람에 따라 변하는 파도 소리가 하루를 다르게 만들었다.

생활비는 동해안 특성상 해산물이 풍부해 합리적이었다.

  • 계란 30개: 5,000원
  • 쌈 채소 세트: 2,500원
  • 생선(가자미, 고등어) 2마리 8,000원
  • 강릉식 김치 1kg: 4,000원
  • 로컬 커피 1잔: 4,500원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신선하고 저렴했으며, 회와 생선 요리는 직접 조리하거나 식당에서 먹어도 부담이 크지 않았다. 외식은 국밥, 백반이 8,000원대, 해산물 요리는 1만 원대 초중반이었다.

교통은 버스, 자전거, 도보를 병행했다. 시내버스는 주요 해변과 시내, 주거 지역을 연결해 생활에 불편이 없었다. 택시는 호출 후 평균 10분 내 도착했고, 기본 요금은 4,800원이었다.

병원은 강릉아산병원, 강릉동인병원, 각종 의원이 있어 진료 접근성이 좋았다. 인터넷은 숙소에 광랜이 설치되어 다운로드 속도 90~95Mbps를 유지해 원격 근무도 원활했다.

 

바다 도시에서 일하며 살기 – 디지털노마드 루틴 

프리랜서로 콘텐츠 제작과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병행하는 나는 강릉에서의 한 달을 업무 효율과 여유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기회로 삼았다. 아침 6시 반에 기상해 안목 해변을 따라 산책했다. 이른 아침의 바다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고요했고, 잔잔한 파도와 커피 향이 하루를 차분하게 열어주었다. 아침마다 바다의 색이 달라져 있었다. 어떤 날은 잔잔하게 유리처럼 빛났고, 어떤 날은 바람에 거칠게 일렁였다. 그 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시작이 특별했다.

오전 9시부터는 숙소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바다 소리는 긴장을 풀어주었다. 기획안 작성과 원고 작업이 주 업무였고, 도시에서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았다. 점심 이후에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추천하는 공간은 ‘안목 커피거리 로컬 카페’와 ‘경포 북카페’다. 두 카페 모두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창가 좌석이 있어 업무 중간에 시선을 멀리 두며 머리를 환기할 수 있었다.

카페에서는 대개 3~4시간 집중 작업을 이어갔다. 가끔은 해가 기울 즈음 카페를 나와 경포호수 산책로나 강릉항 어시장을 거닐었다. 바다 도시의 일상은 일과 휴식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고, 도시에서는 쉽게 얻지 못했던 몰입과 안정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한 달이 만든 변화 – 강릉살이가 남긴 가치 

강릉에서의 한 달은 단순한 체류가 아니었다. 매일 바다를 보면서도 특별한 관광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광객이 붐비는 장소를 피하고 동네 속에서 생활했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카페에서 글을 쓰고, 바닷가를 산책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이런 단순한 일상이 오히려 깊은 만족감을 주었다.

강릉의 바다는 매일 다른 표정을 보여줬다. 흐린 날의 잿빛 바다, 맑은 날의 깊고 푸른 파도, 그리고 해질녘 붉게 물드는 수평선. 그 변화 속에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 하루를 배웠다. 강릉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빨라야만 좋은 하루’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강릉에서 배운 생활 속도는 유지되고 있다. 하루의 일정에는 반드시 여백을 두고, 주말이면 동해안을 향한 짧은 여행을 떠난다. 강릉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내 생활 속에서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항구가 되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익숙해진 길, 카페, 바닷가 풍경은 다시 강릉을 선택하게 할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