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 실전 가이드

여수 한 달 살기 후기 – 남해 바다와 섬이 선물한 조용한 한 달

sunny06301 2025. 7. 29. 14:06

도시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남해 바다를 떠올렸다. 관광객이 붐비는 계절이 아닌, 조용히 한 달간 머물며 바다와 섬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그렇게 선택한 도시가 여수였다. 여수는 남해 끝자락의 항구 도시로, 관광지 이미지를 넘어 일상과 바다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생활 도시다. 이 글은 내가 여수에서 한 달간 머물며 실제로 겪은 생활을 기록한 것이다. 숙소,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업무 환경까지 모두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여수에서의 한 달이 궁금하다면 이 글이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여수 한 달 살기 후기

 

 

왜 여수였을까 – 바다 도시에서 살아보기로 한 이유 

여수는 내가 여행으로 몇 차례 스쳐 지나가며 늘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던 도시였다. 그때마다 여수의 바다는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맑은 날의 짙푸른 바다, 흐린 날의 잿빛과 초록이 섞인 물결, 그리고 해질녘 붉게 물드는 수평선까지. 그 풍경 속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졌다.

또한 여수는 섬과 바다가 생활 속에 깊게 스며든 도시다. 돌산대교를 건너면 바로 돌산도, 조금 더 가면 거문도와 금오도가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조용한 해변과 마을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바다와 함께 살아간다. 나는 그곳에서 한 달간 거주자로 머물며 ‘생활 속 바다’를 경험하고 싶었다.

서울에서 여수까지는 KTX와 버스를 이용하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멀지 않으면서도 도시와는 확실히 다른 환경을 느낄 수 있는 거리는 한 달 살기 장소로 최적이었다. 여수는 관광지만 보던 짧은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수의 생활 환경 – 숙소, 생활비, 교통, 병원, 인터넷 

숙소는 여서동의 주택형 원룸이었다. 보증금 20만 원, 월세 28만 원에 계약했고, 가구와 가전이 모두 갖춰져 있어 바로 생활이 가능했다. 창문을 열면 멀리 바다가 보였고, 해가 뜨면 바다 위의 빛이 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아침마다 들리는 갈매기 소리와 부두의 선박 엔진 소리가 내 하루를 깨웠다.

생활비는 전남 지역답게 비교적 합리적이었다.

  • 계란 30개: 5,000원
  • 쌈 채소 세트: 2,500원
  • 갈치 2마리: 8,000원
  • 제철 생선(볼락·우럭 등): 마리당 3,500~5,000원
  • 전라도식 김치 1kg: 4,000원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면 신선하고 저렴했으며, 해산물의 품질은 특히 뛰어났다. 외식은 해물칼국수, 백반이 8,000원대, 회와 해산물 요리는 1만 원대 중후반이었지만, 주 1~2회 즐기기에는 부담 없는 수준이었다.

교통은 버스와 택시를 이용했다. 버스는 시내, 주요 해변, 섬 부두까지 이어져 있어 생활에 불편이 없었으나, 배차 간격이 길 때가 있어 시간 확인이 필수였다. 택시는 호출 후 10분 내 도착했고, 기본 요금은 4,800원이었다.
병원은 전남대 여수병원, 개인 의원, 한의원이 있어 진료 접근성이 좋았다. 인터넷은 숙소에 광랜이 설치되어 평균 다운로드 속도 90~95Mbps로 원격 근무도 안정적으로 가능했다.

 

섬과 바다 도시에서 일하며 살기 – 디지털노마드 루틴 

여수에서의 한 달은 나에게 일과 삶의 경계를 다시 그리게 해준 시간이었다. 나는 프리랜서로 콘텐츠 제작과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기에, 안정적인 인터넷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여수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관광지 특유의 시끄러운 분위기가 집중에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실제 생활은 완전히 달랐다.

아침 6시 30분이면 창밖에서 갈매기 소리와 함께 바다 냄새가 들어왔다. 그 소리에 맞춰 이순신광장 주변을 산책했다. 바다 위에 햇빛이 번지며 조금씩 색을 바꾸는 광경은 매일 같지 않았고, 그 변화가 하루를 차분하게 여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시작했다. 오전에는 숙소에서 기획안을 정리하거나 원고를 작성했고,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긴장 대신 여유를 주었다. 오후가 되면 카페로 이동했다. ‘카페 바다앞’과 ‘여수북카페’는 단골이 되었는데, 두 곳 모두 바다를 바라보며 작업할 수 있는 창가 자리가 있어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와이파이 속도는 안정적이었고,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집중도가 높았다.

업무가 끝나는 시간은 대부분 오후 4~5시였다. 퇴근 후에는 근처 해변이나 오동도 산책로를 걸었다. 노을빛이 바다 위로 떨어지는 장면은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완벽했다. 때로는 돌산대교 야경을 보며 하루를 정리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수에서의 일상은 ‘일할 때는 집중하고, 쉴 때는 완전히 쉬는’ 구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도시에서는 쉽게 무너졌던 이 균형이 여수에서는 당연하게 유지되었다. 업무 효율은 오히려 올라갔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한 달이 만든 변화 – 여수살이가 남긴 가치 

여수에서 한 달을 살면서 가장 크게 변한 것은 ‘시간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도시에서는 항상 분 단위로 쪼개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여수에서는 계획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오히려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에도 마음이 편안했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면 바다의 색이 달라져 있었다. 어떤 날은 잔잔했고, 어떤 날은 잔물결이 일렁였다. 그 변화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특별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나는 서두르지 않고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여수에서 배운 리듬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루를 계획할 때 반드시 여백을 남기고, 주말에는 바다 대신 한강이나 근교를 찾아 걷는다. 여수는 단순히 한 달 동안 머물렀던 곳이 아니라, 내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을 바꾼 장소가 되었다. 이곳은 더 이상 여행지가 아니라 내가 필요할 때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항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