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한 달 살기 실전 가이드 – 강원도에서 자연과 함께한 디지털 노마드의 삶

왜 정선에서 한 달을 살게 되었는가 – 선택 이유와 첫인상
도시에서의 빠른 삶에 지쳐 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 속에서 잠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너무 유명하고, 전라남도 일부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찾은 곳이 바로 ‘정선’이었다. 정선은 강원도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관광객은 있지만 과하지 않다. 게다가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3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라 ‘적당한 시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선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느낀 건 ‘소음이 없다’는 점이었다. 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의 마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조용했다. 자연의 소리, 마당에서 뛰노는 개 짖는 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이 정적이 내겐 가장 큰 위로였다. 첫날 밤, 숙소 창문을 열어두고 별을 보며 잤다. 그 순간 ‘아, 이건 진짜 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생활 정보 정리 – 숙소, 물가, 교통, 인터넷까지
정선에서 한 달을 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한 것은 숙소였다. 에어비앤비보다 정선읍 근처 부동산 중개소에서 소개받은 원룸을 선택했다. 보증금 10만 원에 월세 25만 원. 10평 남짓의 공간이었지만 혼자 지내기에 충분했다. 내부에 인터넷, 보일러, 세탁기, 냉장고가 기본 설치되어 있었고, 창밖으로는 작은 밭과 개천이 보였다.
생활비도 예상보다 적게 들었다. 하루 1만 원 이하의 식비로 충분했고, 시장에서 구입한 채소와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정선 아리랑 시장의 장터는 매주 열리고, 계란 30개 5천 원, 곤드레나물 1봉지에 3천 원 정도로 저렴했다.
교통은 조금 불편했지만, 자전거를 빌려 해결했다. 정선읍에서 사북읍까지는 20분 거리였고, 도로는 안전했다. 대신 밤에는 가로등이 부족해 외출을 삼갔다.
인터넷은 LG 유플러스 포켓 와이파이를 가져갔고, 정선 대부분 지역에서 신호는 양호했다. 단, 고한읍 근처 산기슭에서는 LTE 속도가 1~2Mbps로 떨어지기도 했다. 와이파이가 잘 되는 카페도 몇 곳 있었는데, ‘작은 산속 커피집’은 콘센트와 조용한 환경이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본 정선 – 카페, 작업 환경, 리듬
나는 글을 쓰는 일을 한다. 그래서 노트북 한 대와 메모장을 들고 정선으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시골이라 집중이 안 될 거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도시보다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개천을 따라 산책을 하고, 시장에서 아침거리를 산 뒤 간단히 조리해 먹었다. 이후에는 카페로 나가 글을 쓰거나, 숙소 책상에서 일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외부 자극이 적다’는 것이었다. 도시에서는 뉴스, 광고, 회식, 전화 등 수많은 외부 신호가 나를 흔들었다. 하지만 정선에서는 그럴 일이 거의 없었다.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시간이 남으면 마을 어르신과 얘기를 나누거나, 혼자 등산을 하며 머리를 식혔다.
작업 효율도 높았다. 글쓰기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고, 작업 스트레스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점심 이후 1~2시간 낮잠을 자는 습관도 생겼다. 이는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되었다.
카페 추천 장소로는 ‘아라리오 카페’가 있는데, 중앙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고 와이파이 속도가 빨랐다.
정선 한 달 살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현실 조언
정선은 조용하고 따뜻한 사람들, 그리고 자연이 함께하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겨울철에는 제법 추웠고, 눈이 오면 교통이 불편했다. 택시도 앱으로는 부르기 어렵고, 직접 전화를 걸어야 했다. 병원도 정선군 보건소 수준이라 갑작스러운 질병엔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도 정선은 살아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디지털 노마드, 1인 크리에이터, 프리랜서에게는 집중력 회복과 심신 회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적지였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짧지만, 그 시간 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잘 일하는지 등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정선에서의 한 달은 나에게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여는 경험이었다. 당신이 만약 도시에 지치고, 자연 속에서 리셋이 필요하다면 정선은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목적 없는 쉼이 아니라, 방향 있는 체류를 계획하는 것이다. 그 시작점으로 정선은 분명 의미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